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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치매 진단 3년, 가족이 함께 지켜낸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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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아까 그 얘기하셨어요.”
하지만 시아버지는 또다시 같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건망증이라 생각했지만, 반복될수록 마음속에 '혹시 치매일까?' 하는 불안이 자라났습니다. 지금 아버님은 약물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저희 가족은 다행히 치매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일상은 아직 평온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치매 골든타임, 가족이 함께 지켜낸 시간

치매의 골든타임이란?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하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특히 ‘경도인지장애(MCI)’ 단계에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치매로의 전환을 최소 3~5년 이상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 시기를 흔히 ‘치매의 골든타임’이라고 부릅니다.

🔍 치매 골든타임의 주요 징후

  • 같은 질문이나 이야기를 반복한다
  •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자주 잊는다
  • 익숙한 길도 자꾸 헤맨다
  • 시간 감각이 흐려진다 (요일, 약속 잊기)
  • 갑작스러운 성격 변화 (짜증, 불안, 우울)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노화 현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반복되고 심해지면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시아버지의 변화, 그리고 병원 진단

아버님은 70대 중반까지 비즈니스를 하셨고 은퇴 후에도 꾸준히 사회활동을 하시던 분이었습니다. 지금은 90을 넘기셨고 특별한 지병도 없으셨는데 어느 날부터 전화를 하면 같은 내용을 물어보셨고, 어느 날은 저희가 보낸 영양제 택배를 두 번 받았다고 하시더군요.

그때 남편이  “이건 단순한 노쇠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일단 구청 보건소 무료 치매진단 서비스가 있으니 한번 받아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곧바로 보건소에 방문해 치매 검사를 받았고, 1차적으로 치매 의심 소견을 받았습니다.
이후 가족이 함께 아버님을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가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경도인지장애 의심’ 진단을 거쳐 최종적으로 ‘초기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판명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진단이 늦지 않았고, 네페질 계열의 약물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치매 초기, 무엇을 해야 할까?

1. 신경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방문

단순한 기억력 저하와 치매는 엄연히 다릅니다. 간이 정신상태 검사(MMSE), 혈액검사, 뇌 MRI 등으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며, 조기 진단 시 치료 효과가 훨씬 높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서울대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기 시작하셨습니다.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는 너무도 막막하고 두려웠지만, 다행히도 빠르게 발견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조기 치료가 가능했습니다.

진료를 보던 서울대병원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어느 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님이 연세도 많으시고, 치료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편하게 자주 다닐 수 있는 집 근처 협력병원으로 옮기시는 것을 추천하신다고요.

저희 가족은 멀리 병원을 오가는 것보다, 익숙하고 가까운 병원에서 더 자주, 더 편안하게 치료를 받는 것이 아버님께도, 저희에게도 더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은 집 근처 협력병원에서 꾸준히 진료를 받고 계시고, 무엇보다 매일 가족과의 통화와 교류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계십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늘 가까이 있고, 함께 지켜낸 이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2. 약물치료의 빠른 시작

시아버지는 진단 1주일 만에 약물 복용을 시작하셨고 지금 거의 3년 가까이 치료 관리 중이십니다.

지금도 기억력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으시고 말씀하실 때 다소 어눌한 부분이 있지만, 전반적인 증상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계십니다.
오히려 예전보다 식사도 잘하시고, 잠도 깊이 주무시는 등 생활 전반의 건강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새로운 검은 머리카락이 나올 정도로 활력이 생기신 모습을 보며, 가족 모두가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치매는 완치는 어려워도 진행을 늦출 수 있는 병입니다. 

3. 생활환경 정비

  • 정기적인 산책과 가벼운 운동(매일 부모님은 두 손 꼭 잡으시고 집 근처 공원이나 시장을 천천히 걸으며 1시간 이내로 운동하세요)
  • TV 시청 대신 퍼즐 맞추기, 그림 그리기 등 뇌 자극 활동 등 꾸준한 루틴 권장
  • 식사는 규칙적으로, 혈관 건강을 위한 저염식 위주
  •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도 함께 관리(동네 내과 병원 지정해 놓고 정기검진으로 꾸준히 관리 중)

아버님은 치매 진단을 받으신 이후에도 늘 하시던 생활을 최대한 유지하고 계십니다.
매일 아침이면 성경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시고, 옥상에 올라가 청소하시고 작은 화분 하나하나에 물을 주며 식물들을 돌보십니다.

이 작은 습관들이 단순한 취미 그 이상이라는 걸 가족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말씀을 묵상하며 정서적으로 평안해지고, 식물을 돌보는 손끝에서 세상과의 연결을 이어가는 그 시간들은 아버님에게 가장 소중한 일상의 루틴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규칙적인 생활과 의미 있는 활동들이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도 입증된 사실입니다.
저희는 병원 치료만큼이나, 아버님의 이런 일상 관리가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삶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의 역할이 가장 큽니다

아버님의 치매 진단 이후, 가족은 아버지의 일상 루틴을 함께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달력에 오늘의 날짜를 써두고, 약 복용 시간을 맞춰드리고, 병원 일정도 체크해 드리고 매일 감정 교류를 하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가장 큰 치료는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약도 중요하지만, 치매 환자는 무엇보다도 정서적 안정이 절실합니다.

저희는 현재 해외에 거주 중이라  부모님과 물리적인 거리는 멀지만, 매일 한 번 이상 꼭 통화를 드리는 것을 치매 예방 루틴의 일부로 삼고 있어요.

아버님은 초기 치매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시작하셨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서적인 연결감과 대화라고 느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오늘은 뭐 드셨어요?”, “산책은 하셨어요?” 같은 질문을 드리며, 일상의 작은 흐름을 점검하고 부모님과 이야기 나눕니다.

처음엔 아버님이 대화를 힘들어하시는 날도 있었지만, 요즘은 통화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신다고 하십니다. 저희는 이 시간을 단순한 전화가 아니라 ‘두뇌 자극’과 ‘정서적 안정’을 위한 예방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물리적 거리를 이기기 위해 가족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꾸준한 소통’입니다. 특별한 지식이나 훈련보다 중요한 건, **매일 말 걸기, 듣기, 공감하기**라고 합니다. 

마무리하며 –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세요

치매는 가족 모두의 질병입니다. 그리고 이 병에는 반드시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이상하다”라고 느꼈을 때 병원에 가야 합니다. 망설이거나 미루면 그만큼 후회는 커집니다.

우리 가족이 지켜낸 이 시간처럼, 다른 가정에도 더 많은 ‘지연된 치매, 지켜진 일상’이 있길 바랍니다.

부모님을 보면 마치 미래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문득 마음이 겸허해집니다.
지금 누리고 있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현재에 감사하며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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